SHU 프로페서 ┃ 순수미술과 패션디자인과의 상호작용 연구
-1920년대 이후 20세기 주요사례 중심으로
■ 주저자 변현진 (산업디자인전공 교수) ■ 공동저자 조은란 (공간디자인전공 교수)
예술과 패션의 교류는 오래전부터 존재 했다. 20세기는 산업혁명의 여파로 디자인이 세분화되었고, 21세기에는 발전된 IT 정보화시대의 세계화의 흐름과 포스트모던 문화의 탈장르, 융합의 분위기 속에서 미술과 디자인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최근 패션디자인 브랜드와 순수미술 작품의 콜라보레이션 현상이 대두되고 있다. 패션 매체에서는 젊은 미술가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미술계에서도 패션과 접목한 전시를 꾸준히 기획하고 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Hermes)가 후원하는 미술상은 이미 사회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자본주의 무한 경쟁 환경 속에서 현대패션산업의 경영학적 관점에서의 미술과 디자인의 콜라보레이션은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활용 되고 있다. 소비자들도 문화를 향유하며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대두되었고, 대개 한정품으로 나오는 미술과 패션의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구매하는데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1-2차 세계대전 이후 문화 전반에 급속한 변화가 일었는데, 순수미술과 패션도 변화를 맞이했다. 전후 인간성에 대한 고찰, 미술공예운동의 영향으로 순수 예술은 대중, 개인의 삶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어 예술과 대중의 폭을 좁히려는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1960년대 반 엘리트예술적 예술 문화 에서 신문의 만화, 상업디자인, 영화의 스틸, TV등 대중사회에 있어서 메스미디어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주제로 삼은 것은 뉴욕의 팝 아티스트들이있다. 리히텐슈타인, 앤디워홀, 올덴버그 등이 대표적인 작가로 꼽힌다. 팝 아티스트들은 캠벨 스프와 마릴린 먼로, 미키 마우스와 만화 등 대중소비사회와 대중문화에서 가져온 소재들을 작품에 차용하였고, 상품과 미술품의 공식적인 상호교류가 전면으로 드러났다. 이는 순수미술과 패션디자인의 상호작용에 큰 영향을 끼쳤다. 20세기 순수미술과 패션디자인이 이윤추구를 위한 상업적인 콜라보레이션 제휴가 아니더라도 자연 발생적인 상호작용의 유형이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났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순수예술과 패션디자인이 교류하여 상호작용한 주요 유형은 ▲패션디자이너가 고전이나 현대 예술작품을 그대로 이용하는 형태 ▲패션디자이너가 고전이나 현대 예술작품에서 영감을 받거나 일부 차용하여 패션디자인으로 재창조하는 형태 ▲아티스트가 직접 패션디자인에 참여하는 형태 ▲패션디자이너가 예술가와 함께 순수예술작품 창작활동을 하는 경우 ▲아티스트가 고전 혹은 현시대 패션디자인을 예술의 대상이나 소재로 활용하는 형태 등 이다.
그 결과 20세기에는 패션 디자이너가 주도적으로 예술적인 것은 도입하고자 하는 모습이 어느 시대보다 우세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 시기 대중문화나 대중들의 일상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고, 화려함이나 고급스러움에 대한 선망과 욕구가 우세했다는 것은 볼 수 있다. 그리고 패션디자인사와 미술사에 빈번히 등장했던 20세기 주요 사례 9쌍이 전부 여성복으로, 20세기까지도 여전히 패션은 여성적인 것이라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다는 것도 유추할 수 있다.
주요 분석 사례인 9쌍의 순수미술가와 패션 디자이너의 상호작용 사례를 통하여 결과를 도출하고자 한다.(1~9)
사례 |
미술장르연도 |
미술가 <작품제목> |
디자인발표년도 |
패션디자이너 |
1 |
조소 BC.390 -380 |
작자 미상 <세 네레이스 (Three Nereids)> |
1931 |
마들렌 비오네 (Madeleine Vionnet) |
신체와 움직임의 미학 <세 네레이스>
여신의 이미지를 가진 비오네의 바이어스재단법 드레스
사례 |
미술장르연도 |
미술가 <작품제목> |
디자인발표년도 |
패션디자이너 |
2 |
조소/회화 1936 |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
1937 |
엘자 스키아파렐리 (Elsa Schiaparelli) |
초현실주의인 살바도르 달리<바닷가재전화기>
달리가 직접 그려준 엘자 스키아파렐리의 바닷가재 오간자드레스
사례 |
미술장르연도 |
미술가 <작품제목> |
디자인발표년도 |
패션디자이너 |
3 |
회화 1920s |
카시미르 말레비치 (Kazimir S. Malevich) |
1965 |
앙드레 꾸레쥬 (Andre Courreges |
흰색과 절제된 형태의 절대주의말레비치
스페이스 고글과 흰색 바탕에 블랙줄무늬로 절제된 모던함을 강조한 앙드레 꾸레쥬의 스페이스 룩
사례 |
미술장르연도 |
미술가 <작품제목> |
디자인발표년도 |
패션디자이너 |
4 |
회화 1797 |
프란시스코 고야 (Francisco J. Goya |
1965 |
크리스도발 발렌시아가 (Cristobal Balenciaga) |
고야 <알바 공작 부인의 초상>Oil on canvas
발렌시아가의 이브닝 드레스
사례 |
미술장르연도 |
미술가 <작품제목> |
디자인발표년도 |
패션디자이너 |
5 |
회화 1930s |
피에 몬드리안 (Piet Mondrian) |
1965 |
입 생 로랑 (Yves Saint Laurent) |
몬드리안 모더니즘 추상 회화 <빨강, 노랑, 파랑의 구성>
입 생 로랑의 몬드리안 룩
사례 |
미술장르연도 |
미술가 <작품제목> |
디자인발표년도 |
패션디자이너 |
6 |
조소 1947 |
알렉산더 칼더 (Alexander Calder) |
1965 |
파코 라반 (Paco Rabanne) |
알렉산더 칼더 <무정형>
파코 라반의 스테인레스스틸로 연결한미니드레스
사례 |
미술장르연도 |
미술가 <작품제목> |
디자인발표년도 |
패션디자이너 |
7 |
회화 1982 |
프랭크 스텔라 (Frank Stella) |
1982 |
이세이 미야케 (Issey Miyake) |
프랭크 스텔라 <루밍스>
등나무로 만든 이세이미야케의 상의 이브닝 앙상블 드레스
사례 |
미술장르연도 |
미술가 <작품제목> |
디자인발표년도 |
패션디자이너 |
8 |
회화 1718 |
장 앙투안 와토 (Jean-Antoine Watteau) |
1989 |
비비안 웨스트우드 (Vivienne Westwood) |
와토 <야외에서 즐거운 모임>
와토의 그림을 테미로 한 웨스트우드의 ‘키테라 섬의 순례’중에서
사례 |
미술장르연도 |
미술가 <작품제목> |
디자인발표년도 |
패션디자이너 |
9 |
회화 1907-8 |
구스타브 클림트 (Gustav Klimt) |
1991 |
지아니 베르사체 (Gianni Versace) |
클림트 <키스> 레이스와 황금빛 패턴으로 사치스러움과 에로틱함이 느껴지는 베르사체의 의상
20세기 미술과 패션은 이전까지의 경향과는 다르게 전쟁, 산업혁명, 자본주의, 대중소비사회, 모더니즘, 포스트 모더니즘 등으로 격변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보여준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이전처럼 미술과 패션은 여전히 영향을 주고받았다. 20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소비자본주의 팽배에 따른 문화현상으로서 탈 영역, 탈 장르, 혼종, 융합, 다원화라는 후기모더니즘 사회이론에 부합하여 더욱 드러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후 21세기 루이뷔통 무라카미 백(2003) 출시 이후 현재 미술과 패션의 융합에의 형식적, 내용적 가속화는 거부할 수 없는 현상이 되었다. 21세기에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면서 예술가와 디자이너는 작품을 통해 발현된 정신적 사유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에 이른다.
현재 활발한 두 영역의 결합은 서로에 대한 관심이나 동경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까지 보이지만 새로운 상호작용과 공존의 예술문화 장르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