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0.03.19
작성자
정인교
조회수
62

신한대학교 대학원 학위수여식 (2020.02.20)

축사


어제 우리 신한대학교 대학원의 첫 번째 학위수여식이 있었습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를 갖지 말고

피치 못하게 모일 상황이라면 빨리 헤어지라는 게 사회적 분위기입니다만,

첫 학위수여식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규모를 축소하여

작게나마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요즘은 봉준호 감독 얘기를 안 하면 대화가 안 될 지경입니다.

저도 그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 소감은 유머러스하고 담백했습니다.

좀 더 디테일하게 얘기하면,

격이 있는 유머였고 뼈가 있는 담백함이었습니다.

거기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표현은 겸손했고 내용은 당당했습니다.

 

저는 시상식을 보는 내내 이 거장반열에 오른 감독이 학생같아 보였습니다.

저는 이 사람이 성숙보다는 성장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내비보다는 지도가 잘 어울리는 사람?

무서운 관찰력으로 깊이 있는 통찰을 이끌어 내는 사람?

골치 아픈 주제를 재치 있는 표현으로 풀어내는 사람?

저는 아카데미가 이 사람의 과거보다는 미래에 상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성숙한 재능보다는 성장하는 재능에 지지를 표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잠시 돌려보겠습니다.

미국사회에서 유태인의 영향력이 가장 큰 곳 중 하나가 헐리웃입니다.

아카데미상 역시 곳곳에 유태인의 영향력이 큰 시상식입니다.

우리는 유태인의 성공이 그들의 교육에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습니다.

특히, 저 같이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학문적 성취와 세속적 성공이

어떻게 그렇게 조화롭게 이뤄지는 지 궁금해 합니다.

 

혹시 여러분은 예시바를 아십니까?

고대 유태인 사회에서 랍비를 양성했던 교육기관입니다.

지금도 뉴욕에 가면 그 이름을 빌린 예시바 대학교가 있습니다.

유태인들에게 랍비는 학문적 선생이자, 종교적 멘토이고, 사회적 지도자입니다.

한마디로 랍비는 유태인들을 가르치는 선생입니다.

그러니까 예시바는 우리로 치면 선생을 양성하는 기관, 사범대학 같은 곳입니다.

예전의 예시바 학제는 3년이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1학년에 해당하는 명칭을 賢者(현자)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2학년은 哲學者(철학자), 그렇습니다. 우리가 아는 그 철학자입니다.

그러면 3학년은 뭐라고 불렀을까요?

혹시 아시는 분이나 짐작 가시는 분 있으십니까?

이 답이 오늘 제가 말하고자 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3학년을 학생이라고 불렀습니다.

랍비교육에서 3학년이 돼야 비로소 학생이라는 호칭을 얻는다는 것은

지위가 오를수록, 많이 배울수록, 더 겸손한 태도로 학생처럼

학습하지 않으면 선생이 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좀 더 덧붙이자면, 이 학생은 끊임없이 호기심을 생산하며,

미래에 대한 동경을 거두지 않으며,

세상일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사람을 뜻할 겁니다.

랍비라는 선생은 그런 학생의 마음을 늘 유지하는 사람만이

될 수 있다는 의지표명일겁니다.

 

위대한 선생들은 모두 학생이 되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피카소는 어린애처럼 그리는데 80년이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스탠포드 졸업생들에게 앞으로 살아가는 내내

‘Stay foolish Stay hungry’하라고 했습니다.

아인슈타인 탄생 100주년 기념광고 헤드라인은

그는 젊은이로 죽었다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위대한 선생들은 늘 학생이었습니다.

 

봉준호가 마틴 스콜세지에게 경의를 표한 건

그가 위대한 거장이어서가 아니라,

언제나 학생의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을

감히 제가 높이 평가하는 건 그의 눈빛과 표정, 말과 태도가 학생같았기 때문입니다.

현장의 스태프들도 그렇게 말했답니다.

봉준호의 디렉팅은 일방적 Teaching이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는 studying이라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딸 뻘 정도 되는 여배우에게도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토론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봉준호감독이 자신이 학생이라는 마음의 신분을 놓지 않는 이상,

히치콕, 마틴 스콜세지를 능가하는 위대한 감독이 될 거 라고 확신합니다.

 

오늘 여기 계신 분들은 점점 학생에서 선생의 위치로 올라갈 것입니다.

공부를 계속하시는 분, 기업으로 가시는 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점점 더 꼰대의 자리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거 같습니다.

학생의 마음으로, 열정으로, 계속 그 자리에 계속 있는 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어 있습니다.

반면, 선생의 자리에 안주해 지시하는 일은 참 편합니다.

몸의 老化보다 더 위험한 건 생각과 마음의 老化입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졸업이 임박한 3학년 예비랍비를 학생이라고 불렀던 유태인들은

그들 스스로를 평생학생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세계를 리드해가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도 언제 어디를 가서나 늘 학생의 마음으로 가르치고

연구하고 일하셨으면 하는 당부를 드립니다.

 

졸업생 여러분.

오늘 교문 밖을 나가셔서 자랑스러운 동문이 되어주십시오.

저희는 남아서 자랑스러운 모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으신 가족 여러분.

고생하셨고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신한대학교 총장 강성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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